경기 남양주 로컬히어로 오상은의 먹골배도라지청
전국 곳곳에서 좋은 상품을 선보이는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로컬히어로.
이번 주인공은 남양주 먹골배를 활용해 배도라지청과 배 주스를 선보이는 오상은 대표다.
시원한 단맛이 일품인 먹골배를 건강에 이로운 보배로 만든다.
남양주 과수원에서 직접 농사지은 먹골배와 경북 영주에서 공수한 3년근 도라지를 8 대 2 비율로 배합해 만든 먹골배도라지청. 첨가물 없이 배와 도라지의 진액만 고스란히 담았다.
예로부터 배는 귀하고 상서로운 과일로 여겼다. 다른 과일에 비해 유난히 배와 관련된 속담이 많고, 배를 언급한 시와 글귀도 꽤 많이 남아 있는 이유다. 가장 익숙한 속담인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외에도 내 자식을 남보다 아낀다는 의미의 “배 썩은 것은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나, 한 번에 두 가지 이득을 얻는다는 의미의 “배 먹고 이 닦기” 등 배를 귀하고 좋은 것에 비유한다.
문헌으로는 <삼국사기>부터 배 관련 기록을 찾아볼 수 있으며, 고려 시대에는 배나무를 심어 소득을 높이도록 나라에서 권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조선 시대에는 배의 품종과 재배 기술을 언급하며 ‘함소리含消梨’와 ‘교리交梨’ 품종이 맛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인 서거정은 함소리의 맛에 대해 “한 입 씹으니 혀 밑에 파도가 이는 것을 알겠다”라고 했고, 조선 중기 시인 이응희는 “교리를 깨물어 먹으면 눈을 입에 머금은 듯하고 삼키면 서리를 먹는 것 같다. 속세의 번뇌가 사라지니 굳이 신선의 음료를 마실 필요가 없다”라고 읊었다. 이토록 칭송받았으니 지역별 명품 배는 임금님을 위한 진상품이었고, 관혼상제에서 쓰는 귀한 과일로 마땅히 자리 잡았다.
자랑스러운 우리 배
부모님이 40년간 일궈온 먹골배 과수원을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는 오상은 대표.
배는 오래전부터 친근하고 익숙하게 우리 곁에 있었지만, 요즘 들어 일상에서 즐기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과일 종류가 워낙 다양해지고, 제수용 과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역사와 명성에 비해 손이 덜 가는 게 사실이다. 오상은 대표가 배를 활용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로컬히어로에 동참하게 된 것도 지역생산자의 가치를 높여주고
더 많은 고객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로컬히어로와 함께 선보이는 먹골배 제품은 더 심혈을 기울였어요.”
남양주 세 곳에 위치한 과수원에서 먹골배를 직접 재배한다. 오상은 대표의 어머니가 배의 원활한 결실을 위해 어린 열매를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명절에만 반짝 배를 찾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배 수확 적기보다 이른 시기에 추석이 있을 경우 맛이 제대로 들지 않은 배를 출하하게 되고 단맛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런 배를 접하게 되니 관심이 더욱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부모님이 40년 동안 일궈온 배 과수원을 그만두고 싶어 하지 않으셔서 제가 하던 패션 사업을 접고 합류해 가족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손맛 좋은 어머니의 배즙은 단골들이 오랜 시간 찾는 제품이라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었고, 저희 집 상비약이자 어릴 때부터 달고 먹던 배도라지청을 상품화해 배의 다양한 판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로컬히어로에 동참하게 된 것도 지역생산자의 가치를 높여주고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어서였습니다. 로컬히어로와 함께 선보이는 먹골배 제품은 더 심혈을 기울였어요.”
과수원에서 직접 재배한 시원한 단맛의 먹골배를 손수 끓여 배즙을 만든다.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배
배를 뜻하는 한자인 이梨는 몸에 이롭다는 의미다. <동의보감>에는 기관지 질환에 즙을 내어 복용하면 기침과 천식을 다스리고, 목과 코의 통증을 해소한다고 적혀 있다. 실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루테올린 성분이 들어 있고, 소화를 도와주는 펙틴이 있어 천연 소화제 역할도 한다. 목감기에 걸리면 배에 꿀을 채워 끓여 마시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배는 과일을 넘어 건강 지킴이로 여길 만 하다. 오상은 대표도 배의 효능을 믿고 미세먼지와 코로나19 등으로 약해질 수 있는 호흡기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먹골배도라지청을 선보였다. 추출물이나 설탕 등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 정성으로 끓인 배즙과 경북 영주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3년근 도라지를 고아 만든 청을 8 대 2 비율로 배합해 단맛과 쌉쌀한 맛이 조화롭다. 원재료를 수확한 시기에 따라 끓이는 시간을 미세하게 달리하는 것도 이곳만의 노하우다. 시기별로 재료의 맛과 점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세심한 정성이다. 한꺼번에 많이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꼴로 주문량에 맞춰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손은 많이 가지만 신선도는 높다.
경북 영주에서 공수한 도라지를 끓인 물을 대략 14시간 동안 곤 뒤 배즙과 섞어 깊은 맛의 먹골배도라지청을 완성한다.
먹골배가 가장 맛있는 시기에 수확해 저온 보관하다가 주문을 받으면 바로 착즙해 배송해주는 먹골배 주스.
“저는 어릴 때부터 먹던 거라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는데, 구매 고객들이 남긴 좋은 반응에 가족 모두 놀랐습니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도 맛있게 먹는다고 해서 뿌듯했고요. 청을 우유에 타 마시면 라테처럼 고소하면서 쌉싸래한 맛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활용 팁 역시 고객들의 후기를 통해 알았어요. 기후 위기와 땅 개발 등으로 배 재배 면적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남양주 배를 지키고 있다는 사명감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코나아이 로컬히어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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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효성 | 사진 이우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7월호) ⓒdesign.co.kr, c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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